우리 곁에 있으면서 아름답게 계절을 알려 주는 꽃과 풀.
성실하게 사는 식물에는 놀라운 생존의 지혜가 있습니다.
일본인은 꽃과 풀에 관련된 전설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지금 우리 주변의 식물에 눈을 돌려 봅시다.
Text : 田中 修 Osamu Tanaka / Illust : 朝生 ゆりこ / Korean Version : 김 소현 金 昭賢
키워드: 만엽집(万葉集) / 벚꽃 / 스가와라노 미치자네(菅原道真) / 매화 / 매화나무 / 비매(飛梅) / 우구이스(鶯) / 메지로(目白) / 춘고조( 春告鳥) / 엄한삼우(厳寒三友)
※이 시리즈는 2020년 1월 중앙공론신사(中央公論新社)에서 출판한 『일본의 꽃을 소중히 여기다 日本の花を愛おしむ』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매화나무(梅)
[과명]장미과 [별칭]춘고초(春告草),호문목(好文木) [원산지]중국 [도도부현(都道府県) 나무・꽃] 이바라키茨城)현, 오사카(大阪)부, 와카야마(和歌山)현, 후쿠오카(福岡)현, 오이타(大分)현 [꽃말] 고결, 충실, 인내, 맑은 마음

품위있는향을자랑하는「칠향화(七香花) 」의대표
헤이세이(平成; 1989년 1월 8일~2019년 4월 30일)가 끝나고, 영어로 「Beautiful Harmony」로 설명되는 새로운 연호 레이와(令和; 2019년 5월 1일~)를 맞았습니다. 레이와(令和)는 나라 시대 편찬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가집 『만엽집(万葉集)』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만엽집』제5권 「매화 시가 32수」서문의 [于時初春令月氣淑風和梅披鏡前之粉蘭薫珮後之香](때는 초봄의 청명한 달로, 공기는 맑고, 바람은 포근하며, 매화는 거울 앞 분처럼 하얗게 피고, 난초는향주머니처럼 향기롭다) 라는 문구라고 합니다.
이처럼 「레이와(令和)」와 관련 있는 매화는 나라 시대 이전부터 재배하고 있었습니다. 예로부터 이 식물의 꽃과 나무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아, 서화로 그려지고 시가로 읊어지면서 우리 곁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만엽집(万葉集)』에는 약 4500수의 시가가 수록되어 있고, 그중 약 1500수가 식물을 소재로 하는데, 약 160종의 식물이 등장합니다. 그중에서 매화가 118수로 싸리의 약 140수에 이어 많이 읊어졌습니다.
매화는 「엄한삼우(厳寒三友)」와 「사군자(四君子)」의 하나로 선정되어 있습니다. 또한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설중사우(雪中四友)」는 매화, 납매(臘梅), 산다화(동백꽃), 수선화입니다. 봄을 알리는 경사스러운 꽃으로 서화에 그려지는 삼군(三君)은 매화, 서향, 수선화입니다. 품위 있는 향기가 자랑인 「칠향화(七香花)」는 매화를 대표로, 백합, 국화, 수선화, 치자, 단계목, 재스민입니다.
비매(飛梅)는 붉은매화?흰매화?
스가와라노 미치자네(菅原道真; 845년~903년)는 헤이안 시대 중기를 대표하는 학자이자 정치인이었으나 모함으로 지금의 후쿠오카 지방인 다자이후(大宰府)로 좌천됩니다. 교토를 떠나야 할 때 아끼던 매화나무 앞에서 「동쪽에서 바람이불거든 향기를 보내다오 매화꽃이여, 주인이 없어도 봄을 잊지 말지니」라는 시를 읊습니다. 이 시에 등장하는 매화나무가 교토에 있는 신사 기타노텐만구(京都北野天満宮)의 본전 앞에 있습니다. 「베니와콘바이(紅和魂梅)」라 불리는 수령약 350년이라 전해지는 붉은 색의 매화로, 이 신사 문장(紋章)의 모델이기도 합니다.
수령이 350년이라는 것은, 스가와라노 미치자네가 901년에 다자이후로 좌천되므로 연수가 맞지 않는다고생각되지만, 에도 시대에 접목한 나무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시에서 읊은 매화가 다자이후에도 있습니다. 스가와라노 미치자네와 함께 교토에서 날아와 뿌리를 내렸다고 전해져 비매(飛梅)라 불립니다. 비매는「이로타마가키(色玉垣)」라고 하는 수령 1000년 이상 된 흰 매화나무로, 스가와라노 미치자네가 좌천 된지 1000년 이상 세월이 흘렀으니 납득이 갑니다.
매년 「베니와콘바이」와 「이로타마가키」도 꽃을 피웁니다. 스가와라노 미치자네가 읊었듯이, 주인이 없어도 봄을 잊지 않고 향기를 풍기는 것입니다. 신기한 것은 「베니와콘바이」는 붉은 매화인데, 「이로타마가키」는 흰 매화라는 점입니다. 교토에서 다자이후까지 날아가는 동안 지쳐 색소를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왜매화는벚꽃보다빨리피는것일까?
매화나무와 벚나무는 홋카이도에서는 4월 말에서 5월 초에 걸친 황금연휴 기간에 꽃을 피우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전국적으로는 매화가 벚꽃보다 일찍 핍니다.
그래서 1958년 국민 투표로 작성된 「꽃 달력」에는 1월은 매화, 4월은 벚꽃이 뽑혔습니다. 화투에서는 매화는 2월, 벚꽃은 3월 패로 그려집니다.
「왜 매화는 벚꽃보다 빨리 꽃을 피우는가」라고 물으면, 많은 사람이 즉석에서 「매화가 벚꽃보다 낮은 온도에서 피어서」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틀린 답은 아니지만 뭔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꽃필 때의 기온에만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매화나무도 벚나무도 작년 여름에 꽃봉오리가 만들어집니다. 그 후 거의 1년을 걸쳐 봄의 개화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매화가 벚꽃보다 낮은 온도에서 피어서라는 답은, 이 1년간의 노력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매화나무가 벚나무보다 기온이 낮아도 꽃이 피는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매화가 피기 시작하는 1월에 벚나무에 봄과같은 따뜻한 환경을 만들어도 꽃이 피지 않습니다. 「봄과 같은 따뜻함에 반응하여 벚꽃이 핀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그렇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잠」의 깊이에 있습니다. 매화나무와 벚나무 모두 가을에 밤이 길어지면, 꽃봉오리는 「잠」에 빠집니다. 그래서 이 봉오리를 「겨울눈(冬芽)」 「겨울나기눈(越冬芽)」 「휴면눈(休眠芽)」이라 부릅니다.
이 상태에서는 따뜻한 온도에도 수면 중인 꽃봉오리에서 꽃이 피는 일은 없습니다. 이 잠의 깊이가 매화와 벚꽃의 차이입니다. 매화나무는 얕은, 벚나무는 깊은 잠을 잡니다. 잠에서 깨나려면 겨울 추위에 노출되어야 하므로, 벚꽃봉오리는매화보다 심한 추위에 오랜 기간 노출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1월에 매화봉오리는 잠에서 깨서 조금 따뜻하면 꽃을 피웁니다. 한편, 벚꽃봉오리는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꽃을 피우지 않습니다. 꽃봉오리가 깨어난 후에는 꽃봉오리가 열리기 위한 따뜻함이 필요하지만, 매화는 벚꽃보다이 온도가 낮습니다.
매년 같은 지역에서 매화가 벚꽃보다 빨리 꽃이 피는 것은, 「매화의 꽃봉오리가 벚꽃보다 잠이 얕아서 깨기 쉬운 것」과, 「매화봉오리가 열리는 온도가 벚꽃보다 낮다는 것」 이 두 가지가 이유입니다.
매화로찾아오는작은새?
꽃이 핀 매화나무에 다가오는 작은 새를 휘파람새과 일종인 우구이스(鶯)로 생각하기 쉽지만 우구이스가 아닙니다. 실제로 「우구이스 색이라 불리는 밝은 황녹색 날개의 작은 새가 꽃핀 매화나무로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는 사람은 많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매화나무로 우구이스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 「매화나무에 날라 오는 것이 우구이스가 아니다」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우구이스의 날개는 밝은 황녹색이 아니라 마른 잎처럼 칙칙한 갈색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황녹색 날개를 가진 직은 새가 있습니다. 바로 동박새류인 메지로(目白)입니다. 그러니까 「황녹색 날개를 가진 작은 새가 꽃핀 매화나무로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라는 목격 증언은 「메지로가 매화로 다가오고 있다」라는증거가 됩니다.
「매화꽃에 다가오는 작은 새가 메지로」라는 근거는 날개 색만이 아닙니다. 우구이스는 꽃이 핀 매화나무를 골라 일부러 찾아올 이유가 없습니다. 우구이스는 덤불숲에 있는 거미 같은 벌레와 그 애벌레 등을 먹고 삽니다. 따라서 매화나무로 날라 올 가능성은 있지만, 일부러 먹이를 찾으러 올 필연성은 없습니다.
반면, 꽃의 꿀을 빨아 먹고 사는 메지로는 매화나무는 물론 비파나무나 동백나무 등의 꽃을 자주 찾습니다. 메지로(目白)는 이름 그대로 눈 주위가 하얀 것이 특징입니다. 만약 매화나무에 작은 새가 다가온다면 새의 날개와 눈 주위 색을 살펴보십시오. 메지로가 확실합니다.
밝은 황녹색을 메지로 색이라 하지 않고 우구이스 색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우구이스 색은 사실 「메지로 색」이라 하는 편이 맞습니다.
「매화에는 우구이스」라는 조합은 「매화에는 메지로」로 고쳐지지 않고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매화와 우구이스가 봄을 느끼게 하는 식물과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매화는 다른 식물보다 먼저 꽃을 피워 봄을 알리기 때문에 「춘고초(春告草)」라고도 불립니다. 한편 우구이스는 울음소리로 봄이 찾아왔음을 재빨리 알려 「춘고조(春告鳥)」라는 별칭이 있습니다. 그래서 봄 내음을 풍기는 매화와 봄의 시작을 알리는 우구이스는 그림이 되는 조합이 된 것입니다.
『일본의 꽃을 소중히 여기다 日本の花を愛おしむ』레이와(令和)의 사계절을 즐기는 방법 令和の四季の楽しみ方
발행:중앙공론신사中央公論新社
저자:다나카 오사무田中 修
그림:아사오유리코朝生ゆりこ
판형/페이지:A5사이즈/274쪽
정가: 2000엔(세금 별도)
⇒ http://www.chuko.co.jp/tanko/2020/01/005264.html
Text: 田中 修 Osamu Tanaka
글: 다나카 오사무(田中 修)
코난(甲南)대학 특별객원교수겸 명예교수. 1947년 교토시 출생. 교토대학 농학부 졸업, 동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미국 스미스소니언 연구소 박사연구원 등을 거쳐 코난대학 이공학부 교수를 역임하고 현직. 농학박사, 전문은 식물생리학. 주요 저서로 『신기한 식물학 ふしぎの植物学』 『잡초 이야기 雑草の話』 『식물은 대단하다 植物はすごい』 『식물의 비밀 植物のひみつ』(중공신서中公新書), 『입문 즐거운 식물학 入門たのしい植物学』(강담사블루백스講談社ブルーバックス), 『과일 한 개 이야기 フルーツひとつばなし』(강담사 현대신서講談社現代新書), 『고마운 식물 ありがたい植物』(환동사 신서幻冬舎新書), 『식물의 슬기로운 생존방법 植物のかしこい生き方』(SB신서SB新書), 『식물의 생존방법 「구조」에 얽힌 66문항 物の生きる「しくみ」にまつわる66題』(사이언스 아이 신서サイエンス・アイ新書), 『식물은 맛있다 植物はおいしい』(치쿠마 신서ちくま新書)외 다수.
Illust: 朝生 ゆりこ (Aso Yuriko)
일러스트레이션: 아소 유리코(朝生 ゆりこ)
일러스트레이터, 그래픽 디자이너. 동경예술대학 미술학부 유화과 졸업. 잡지와 서적의 일러스트 등을 다루고 있다. 2009-2013년 (농림수산성 홍보지), 2013년-2016년
https://y-aso.amebaownd.com
Korean Version: 김 소현 金 昭賢
와세다대학 문학부 연극영상과 졸업, 동대학원 문학연구과 박사과정(연극영상학) 만기 퇴학. 동경문화재연구소 무형문화유산부 연구보좌원, 와세다대학 연극박물관 초빙연구원.